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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카분낭 (불타버린 나무)

선흘리가 초토화되면서 같이 탔지만 지금껏 살아있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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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11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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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불카분낭 (불타버린 나무) 2019


시골마을의 골목어귀마다 커다란 팽나무가 그늘을 만들어낸다. 그렇기에 이는 마을의 훌륭한 휴식처이고 모임장소이다. 대낮 밭일에 힘들었던 이들은 시원한 그늘에서 늘어져라 낮잠을 자기도 하고 어린이들은 따가운 햇살을 피해 그 곳에서 놀이를 즐긴다. 동네 어르신들도 나무 아래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간혹 마을에 일이 생기면 이곳에 모여 마을회의를 하기도 한다. 이처럼 팽나무는 마을의 역사를 지켜 본 산 증인과도 같다.

그런데 선흘리 본동에는 마을의 역사를 묵묵히 지켜보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닌 4․3의 상흔을 그대로 간직한 팽나무가 있다. 선흘리가 초토화되면서 같이 탔지만 지금껏 살아있는 나무이다. 1948년 11월 21일 마을이 초토화되면서 선흘리의 가옥은 단 몇 채만 놔두고 모두 전소됐다. 온 마을이 불타면서 마을 안거리에 위치해 있던 이 팽나무에 불이 옮겨붙어 오래된 지주목이 불탔다. 우렁차던 가지들이 전부 타들어갔으나 다행히 밑동이 살아남았다. 그리고 속이 휑하니 빈 채 죽어들어 가던 나무 한 켠으로 어디선가 홀연히 날아온 씨앗 하나가 둥지를 틀어 싹을 틔웠다. 이렇게 몇 십 년을 동거 동락하는 나무는 마치 한 몸인 양 어우러져 있다.

<출처: 제주4.3연구소, 「4.3역사의길 조성 기본계획수립 결과보고서」, 2015>


불카분낭 (불타버린 나무) 2019
불카분낭 (불타버린 나무) 2019